물가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한국은행과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내보였지만 국민들에게 체감될 정도의 경기 회복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통화정책이 시차를 두고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됩니다. 물가와 경제성장, 환율, 가계부채 우려 등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2분기 한국 경제 역성장
지난 2분기 1년 6개월 만에 한국 경제가 역성장 했습니다 .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이 심상치않고, 경기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시장 금리는 이미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국가의 움직임도 금리 인하 방향입니다. 물론 가계 부채와 부동산 가격 등은 통화 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는 요인들입니다.
소비 마이너스, GDP 쇼크, …”하반기 내수도 어렵다”
2분기 소비가 마이너스(-)에 이어 하반기에도 뚜렷한 내수 회복세를 기대하긴 힘들단 전망이 우세합니다. 고금리 속 소비 위축을 고려하면 통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는 0.2% 감소해 당초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분기별 GDP가 뒷걸음친 건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1분기 깜짝 성장(1.3%)에 따른 기저 효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건설투자(-1.1%)·설비투자(-2.1%) 등 ‘내수 부진’이 주요인으로 꼽힙니다.
실제 민간소비만 보면 0.2% 줄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만에 감소세입니다. 정부 소비가 0.7% 증가한 것과 온도 차가 크다. 정부는 올 하반기 완만한 내수 회복세를 전망하고, 수출 호조에 따른 소비 반등을 기대합니다.
기업들의 경기전망은 비관적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월 BSI 전망치는 97.1을 기록했다.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BSI 전망치는 지난 2022년 4월 이후 29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습니다. 제조업 심리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금리 장기화 등 내수 위축 우려가 겹친 결과입니다.
시장에서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시장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만연합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11일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당시와 비교해서도 시장 금리는 더 내려간 상황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6일 3.024%를 기록했습니다. 통방회의가 있었던 지난 11일(3.163%)보다 14bp(1bp=0.01%포인트) 낮습니다.
다만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상승 움직임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외환시장 불안도 고려한다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긴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다음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다음달 22일입니다. 그 이후 올해 금통위 통방회의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습니다.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되면 10월까지는 현재 기준금리(연 3.5%) 수준이 유지됩니다.
기대인플레션율도 2%대, 기준금리 내릴 준비 마친다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는 지표 뿐만 아니라 소비자 심리에서도 확인됩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2%대를 기록한 데 이어 소비자들이 전망하는 향후 물가 수준도 2년 4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의 핵심 요소인 ‘물가 안정세’가 확연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습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를 기록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경제주체들의 1년 후 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냅니다. 기대인플레션율이 2%대로 내린 건 2022년 3월(2.9%) 이후 2년 4개월 만입니다.
한국은행은 물가 수준을 판단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을 확인하는데, 향후 물가에 대한 소비자 기대 심리 변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기대인플레이션을 2%대로 안정시키고 싶은데 물가가 오르는 것 뿐만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변하고 있느냐를 주요하게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물가 지표 안정세는 이미 뚜렷하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로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내려 지난달 2.4%까지 낮아졌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은 2.2%를 나타냈습니다.
물가만 놓고 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가 됐단 분석이 우세합니다. 한은 내부에서도 길었던 ‘물가와의 싸움’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